공동의 집에 관한 대화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정은정 아가다

갤러리1898 2023. 7. 6. 19:28

 

  어릴 적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와 날씨를 겪고 있음을 새삼스레 올해 들어 더 느낍니다. 이례적인 슈퍼태풍이 생겨나고 온화했던 봄과 선선한 바람의 가을은 온데간데없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여름답지 않게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을 만나는 해도 늘었습니다.
  이 모든 게 지구의 기온상승 때문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바로잡지 못하는 걸까요? 모두가 알고 있는데 말이죠.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을 걱정하면서 농부는 이른 봄 잡초를 제거하려고 제초제를 뿌립니다.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며 여전히 기업들은 기존의 생산방식을 고수하죠.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연대를 약속하고 화력발전소를 허가하는 정부는 어떻고요. 이러한 어리석은 행동을 나조차 무의식적으로 해버리기도 합니다.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며 하나둘 늘어난 텀블러는 수납장 한 칸을 가득 채웁니다. 
모든 것이 과잉과 부조화인 오늘, 그동안 지구는 인내하며 인류를 품어주다 끝내 균형을 잃은 듯 합니다. 조화롭게 지구에 스며 살지 못하는 인간을 청소라도 하려는 듯 극단적인 기후로 인류를 위협하고, 정말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요즘 새롭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오랜 내전의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의 일상 회복이 힘든 건 무엇보다 식량난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물질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거리상 먼 곳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월 몇만원의 후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겨울 따듯하게, 한여름 시원하게 지내겠다고 지구를 뜨겁게 만들어 아프리카를 더욱 척박하고 건조한 땅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구의 모든 이들이 행복을 누리며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방법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오늘 내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한 작은 행동이 지구의 이웃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임을 잊지 않는게 중요할 것입니다. 오묘한 빚을 내며 지는 노을에 행복이 있고, 미세먼지 없이 맑고 푸른 하늘과 공기에 마음도 시원할 때 세계의 이웃도 걱정과 근심이 없는 세상을 누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 정은정(아가다) 작가노트

 

 

 

정은정, <찬미받으소서>, 105x61cm, 한지에 수묵담채, 2023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의정부교구 진건성당 정은정 아가다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회화(한국화)를 전공했고요, 주로 성경말씀을 주제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공을 살려 수묵담채화나 먹그림을 활용해서 작업하기도 합니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언제, 어떤 계기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서예를 배운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캘리그라피 작품을 따라 써보곤 했었어요. 신앙을 가진 이후 캘리그라피로 말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018년 붓통캘리그라피 공방을 찾아가 캘리그라피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공방 선생님이 가톨릭 신자이기도 해서 글씨에 대한 가르침 이상으로 신앙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말씀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 그 뜻을 함께 하고자 ‘형통캘리그라피’ 그룹을 결성하게 되었고, 가톨릭 신자들로 모인 그룹 안에서 함께 기도하며 복음 말씀을 쓰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캘리그라피 작품에서 자연물을 소재로 작업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 소재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나요? 

학부 때부터 한국화 작업을 할 때 주된 소재가 꽃, 풀, 나무 등의 자연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연결된 것 같아요. 더욱이 성경 말씀을 보다 생생하게 전하는데 자연물 만한 소재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자연은 그 자체로 완전한 모습이라 바라보기만 해도 경의롭고 감탄을 자아내죠. 이 자연에 담긴 아름다운 생명력과 함께 살아있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위의 질문과 연관해서, 혹시 평소에 생태, 환경, 지구의 위기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있으셨다면, 혹은 없으셨다면 이번 전시에서 주로 어떤 것을 묵상하게 되셨나요?   

환경 문제, 지금의 기후 위기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어려서 ‘자연을 보호하자’는 표어아래 포스터제작, 애향활동을 한 기억이 있는데요. 당시 어린 마음에도 이 거대한 자연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오염시키는데 나 하나 달라진다고 나아질까 싶었죠. 하지만 신앙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느꼈습니다. 우린 모두가 공존하고 있기에 나 하나가 30년, 60년, 더 나아가 100년을 살면 여럿의 몫이 될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환경과 관련된 실천과 행동이 있다면 내 삶으로 끌어올 수 있는 습관으로 가지려고 해요. 삶의 형식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을 갖자, 하고요.

 

이전에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읽어보신 소감은 어떠하셨나요

 「찬미받으소서」는 기후위기를 직면하게 되며 자주 언급되어 왔기에 제게는 이미 익숙한 책입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는데요,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환경 문제에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더더욱 느끼게 되었어요. 특히나 91항에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평화와 정의 그리고 피조물 보호는 서로 철저하게 연결된 주제이며, 결국 하느님의 사랑으로 서로 엮여서 형제자매로 일치되어 멋진 순례를 하고 있다는 말이 깊이 와 닿았어요. 

 

 

자유 작품 「찬미받으소서」의 문장을 선정한 이유와 작품 속의 원형 형상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환경 보호는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는 인간과 자연의 연결만 아니라 인간 사이의 연결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십니다. 온유와 연민 그리고 배려의 마음으로 인간은 비로소 피조물인 자연과도 깊은 친교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작품에서 파란색의 원은 모든 것을 보호해 주는 파란 하늘처럼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을 상징합니다. 파란원과 담묵으로 인간과 자연을 상징하는 원들의 고리 연결은 하느님으로 하여금 모든 불안정한 것들이 비로소 하느님의 현존으로 영원성과 사랑을 품게 됨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모든 피조물들이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라는 영광을 노래합니다.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노래> 중 첫 번째 구절을 작업하셨는데요.

작품을 만드시면서 어떤 묵상을 하셨나요? 

인간이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그 자리를 차지하시는 것이 아니라 찬미와 영광 자체이신 하느님께 고백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림은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은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작품에서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거룩한 성품을 의미하는 금색(노란색)으로 역동적인 아우름을 표현하여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임을 고백하였습니다.

 

정은정, <당신의 것>, 45x45cm, 한지에 수묵담채, 2023

 

기후변화로 인해서 작가님이 겪은 어려움에는 어떤 게 있으셨나요?

혹은, 이런 상황을 이겨나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게 있을까요?

어렸을 적 선풍기 하나로도 견딜 수 있었던 여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상기후로 나타난 폭염으로 몇해 전 에어컨을 구입하게 되었어요. 에어컨 구입이 또 기후를 악화시킬 걸 알면서도 당장의 내 삶의 질을 위해 구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때로 환경에 대한 일말의 양심 혹은 소신과 현실적인 욕구의 부조화에 심적으로 이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공동의 집 안에서 한 마을살이하는 처지에 우리집을 시원하게 한다고 실외기를 옆집 정문을 향해 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가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고 절제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시면서 신앙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쓰시는 글씨는 주로 어떻게 고르게 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 언니를 따라 쓰게 된 붓글씨가 산만하고 어우선한 제 성정에 안정감을 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 경험이 당시의 미래인 오늘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비슷한 것 같아요. 어른이라고 말할 만한 연령이 되어 가면서 신앙과 믿음으로 마음을 닦지 않으면 어느 순간 길을 잃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말씀을 가까이 하고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나의 신앙을 지키는 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붓이라는 도구로 말씀을 쓰고 새기면서 마음과 정신을 쉼 없이 닦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캘리그라피는 손에 힘이 없어 글씨를 쓰지 못할 그 순간까지 해야 할 저만의 수양인 듯 해요. 나아가 캘리그라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담기길 바라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찬미받으소서」 회칙에서 다룬 지구의 현재 위기에 있어

신앙인으로서 이것 하나만은 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걸어 다니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요.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샴푸바, 주방비누, 친환경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고요. 되도록 쓰레기는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상 안에서 소소하게나마 환경을 위해 행동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환경 오염을 막고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내 몸이 좀 불편해 질 수 있고, 비용이 좀 더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지구와 환경이 예전의 자기정화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면 사소한 작은 활동부터 실천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공동의 집’인 지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동안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인내하고 견뎌준 것에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인내하지 않아도, 내어주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행동해볼게요.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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