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정소희 체칠리아공동의 집에 관한 대화 2023. 7. 6. 20:17
사랑의 방법=베풂의 방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한 가족이고,
여기에서 '우리'는 '자연'도 물론 포함입니다.
<나눔, 감사, 평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는 나눔에 감사하고 평화를 이룹니다.그런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이번 전시에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치 꿈을 꾸는 듯, 작은 점들이 모여 어우러지고 퍼져나가는 빛이 신비로운이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밝은 빛의 희망을 마음 속에 담아주시길 바랍니다.
-정소희(체칠리아) 작가노트
심윤 정소희, <또다시>, 70x70cm, 한지에 먹, 동양화 물감, 2022.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심윤'이라는 아호로 글씨를 쓰고 그리는 정소희 세실리아입니다.
글씨를 마음으로 바라보며 느껴주시길 소망합니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분들 중 유일하게 아호를 알려주셨는데요.
‘심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언제 어떠한 계기로, 글씨를 쓰고 그리게 되셨나요?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 본업이 웹디자이너였는데, 그때 디자인 작업 소스를 직접 만들기 위함이었어요.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경력이 단절됐고, 일을 쉬는 와중에 취미로 배웠던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만 연습하다가 서치와 책으로 보게 된 오민준 작가님의 글씨를 보고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민준 작가님의 작품들은 제가 생각하고 있던 캘리그라피에 대한 틀을 깨주는 계기가 됐고, 그렇게 먼저 제가 작가님께 연락하게 되어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의 엄마라 꾸준히 오랜 시간 동안 배우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틈 나는대로 배우게 되었고, 배움의 과정 중에 작가님께서 직접 아호를 지어주셨습니다. 아호는 마음 심자와 밝을 윤자를 합친 글자로, 마음으로 글자를 닦는 윤택한 글씨를 쓰라는 의미를 담아 주셨습니다.
2022년 상반기에 갤러리1898에서 개인전을 하셨고,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성경 구절 말씀들을 보여주시면서 큰 호응이 있었는데요. 당시 도록에서
“글씨가 눈으로 읽혀지는 게 아닌 마음으로 읽혔으면 좋겠다”라고 하시기도 했는데요.
캘리그라피 작업에 있어서 신앙이 어떤 영향, 혹은 도움이 되나요?
처음에 배운 캘리그라피에서는 ‘가독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캘리그라피는 마치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자로 쓰인 글씨입니다. 성경을 그냥 글자만 읽는 게 아닌, 들여다보고 단어 하나에도 신앙을 찾을 수 있도록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의미를 담아 성경 구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읽고 작품을 출품해 달라고 의뢰드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흥미롭거나 힘든 부분이 있으셨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본당 신부님께서는 항상 공지사항 때 주보에 있는 「찬미받으소서」를 신자들과 함께 읽기를 권하셨습니다. 항상 버려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주제에 대해 조금은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고요, 특히 펜데믹 시대에 셧다운되는 환경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책을 처음부터 정독하면서 조금 더 깊이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신 <또다시>와 <평화>는 어떤 바람을 담고 있나요?
이번 전시작 중 <또다시>는 마치 하늘에 떠있는 밝고 빛나는 별들이 은하수처럼 이루어져 글자를 쓰고, 어린아이가 쓰듯 자유롭고 순수한 글자의 흐름을 통해 조금 더 희망차고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평화>는 맑고 부드러운 점들이 모여 큰 별이 되고, 그 별이 평화를 만들어 우리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인 '행복' 을 이루는 모습을 표현해 보았어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노래>에서 ‘달 자매와 별들’에 관한 구절을 담당하셨는데요.
배정된 구절이 마음에 드셨나요?
이번 전시에서 태양 형제의 노래로 공동작업을 진행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말씀의 내용을 보고 너무 기뻤는데요, 이 아름다운 글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여드릴까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밝게 비추는 달과 반짝이는 크고 작은 별들이 밤하늘을 물들고 작은 글자들이 모여 우리가 꿈꾸는 그런 희망의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느껴주시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심윤 정소희, <달별>, 45x45cm, 한지에 먹, 동양화 물감, 2023 이번 전시 준비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찬미받으소서」를 읽어보면서
특히 인상깊었던 키워드가 있나요? 작품을 제작하면서 묵상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조화로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인간과 환경이 값진 아름다움을 이루기 위한 조화를 어떻게 실천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이 이대로 맞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이 아이들은 지금의 어른들을 너무나 원망하진 않을까. 우리는 모두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어떤게 가장 조화로운 조화일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간과 자연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베풀며 우리가 배우고 있는 사랑을 실천할 때, 보호받아야 할 이 모든 것들이 새로워지지 않을까요?
신앙인이자 어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도 반성과 성찰이 자연스럽게 드셨을 것 같아요. 말씀대로 미래세대인 아이들을 위해서 모두 달라져야 하고, 특히 지금의 어른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개인 이기주의가 계속 지배한다면, 미래 세대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도 역시 아이가 있기 전에는 정말 아무 죄책감 없이 낭비와 오염과 이기주의적인 사고를 반복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어린이들은 귀엽긴 하지만 귀찮은 존재였고, 노인분들은 고집스럽고 소통이 안 된다고만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동 혐오를 당한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어떨까요? 노인혐오를 안 할까요? 저는 지금 아이들도 너무 안쓰럽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혐오를 일삼는 어른들도 너무 불쌍합니다. 사실 우리들도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혐오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사랑을 베풀며 서로을 위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생각하면 그 부분이 가장 마음이 아파요...
제가 육아를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요, 아이가 3살 무렵, 유모차에 태워 동네를 산책하는데 이제 막 말을 시작하는 아이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하고 말을 했어요. 그날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내가 ’맘충‘이 되지 않으려 얼마나 주변의 눈치를 보며 그렇게 사과를 하고 다녔을까. 저희 아이는 굉장히 순한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식당이나 카페에서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자리를 황급히 정리하기도 했었어요. 우리가 차단시키는 아이라는 존재는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우리는 늙어갑니다. 고집스러운 노인은 곧 우리가 되겠죠.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대립적인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화로움’을 위해서 말씀하신 부분 중, 인간이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배려는 짐작이 가는데요.
자연의 인간에 대한 배려란 어떤 게 있을까요?
주님께서는 세상에 있는 아름다움에 주의를 기울이고 언제나 자연과 관계를 이루셨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흔한 말로 ‘힐링’의 필수 요소 중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게 자연이 아닐까요?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며 편리하고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졌다고 하지만, 하느님이 심어놓으신 아름다운 자연보다 더 훌륭한 게 있을까요? 이보다 더 큰 배려가 있을까요?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작가님이 신앙인으로서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은 컴플레인 시대라고도 말하죠. 인간과 자연뿐만 아니라 세대와 세대, 여성과 남성,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서로를 헐뜯고 비난합니다. 저는 ‘배려’부터 실천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를 배려하면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감사함을 배우고, 나아가 사랑을 알게 되겠죠. 오늘도 저는 이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며 작은 손길의 글씨로도 잊지 않고 아름다운 희망을 전하기 위해 힘쓰겠습니다.‘공동의 집’ 지구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마디로 전해주세요.
지구야 미안해. 고마워.
*본 게시글에 사용된 글과 이미지의 무단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공동의 집에 관한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박은혜 로사 (0) 2023.07.06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정은정 아가다 (0) 2023.07.06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임성연 안나 (0) 2023.07.06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김미소진 마리아 (0) 2023.07.06 성미술 청년작가 인터뷰: 서예희 발레리아 (0) 2023.07.06